이거 저거

어느 의뢰인...

SuperREA 2013. 4. 15. 11:45

지난 금요일 오후 4시.
저녁 7시에 수강 전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밀려 있어 정신이 없는 시간, 캐주얼 정장의 70대 노신사 한분이 들어오셨다.

“어서 오세요, 앉으세요.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여쭤보며 명함을 드렸다.

약 한 시간 정도 나눈 대화를 정리하여 보면

- ◯◯동에서 시작한 재건축으로 인해
- 동작구 신축 단지 33평 아파트에 지난 12월부터 전세로 거주하는 중
- 최근 직장을 그만 두고
- 보라매 병원 인근에 직원을 3~4명 두고 법무사 사무실을 개업하여
- 걸어다닐 수 있는 위치의
- 신축 아파트 30~40평대의 아파트 매입을 원하고 계시는 분 이었다.

그 나이의 다른 분들처럼 자제 분들은 장성하여 미국에 체류중이어서 부인되시는 분과 두 식구만 거주하시면 되지만, 가구와 같은 살림살이보다는 본인의 책이 많아 3자 5칸 책꽂이가 5개에 소장하고도 남아있는 책이 많아 고민 중이시라는 말씀에,

원하시는 층과 내부 구조(특히 방의 크기와 개수)를 여쭙고, 25평부터 50평까지의 구조와 장단점 및 향후 매도에도 유리한 몇 개의 물건을 설명해 드렸다. 30평대의 임차 물건은 없으니 전세 끼고 가격을 조정하여 사 놓으신 후 입주하시는 것도 대안으로 고려해 보시라고 말씀도 드리고...

매수 혹은 임차측 의뢰인들은 이러한 설명을 듣기에 앞서 매물 구경부터 원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데, 이 분은 전혀 거기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다른 곳에서 구경은 하고 오신 분으로, 그 쪽의 설명 내용을 확인차 오신 것으로 생각되어 자리에서 일어서며 - 그동안 거래 해 온 법무사가 지방으로 가버리고 해서 - 사무실 명함 하나 주십시오 부탁했더니, 자기가 연락하겠단다. 앗! 법무사도 아니란 말인가?

멘붕!

아, 의뢰인 여러분!

작게는 몇 백만원부터 몇 십, 몇 백억원의 재산을 의뢰하는 사이인 데, 연락처 하나 남겨주지 않으면 피차 어떻게 믿고 일을 맡기시려나요? 살 때가 있으면 팔 때가 있고, 팔 때가 있으면 살 때가 있는 것인 데, 그 때마다 새로운 업소에 가셔서 구구절절 설명하시렵니까? 아니면, 인간적인 공감대는 없이 부동산만 처리해주는 관계로만 한정지으시렵니까?

며칠 동안 날씨도 차고 바람도 매서웠지만 가로수 가지마다 연한 푸르름이 더해갑니다.

여러분의 가정에도, 하시는 일에도 항상 소망이 넘쳐나시길 기원하며 4월의 셋째 주를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