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저거

나, 공인중개사 맞아?

SuperREA 2013. 4. 22. 18:53


지난 목요일, 오후 2시! 역시 밀린 과제로 정신없는, 그러나 지는 햇빛을 타고 졸음이 미끄러져 내려오는 시간에 아마 60대 초반 아주머니께서 들어오셨는데,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였다.

- 임차 보증금을 못 받게 되었나? 상담 손님이 아니시길 바라며 대화를 나누어 보니 현금은 3,000만원 정도 모아 놓은 것이 있고, 현재 전세 보증금은 7,000만원 있으니 1억 정도 대출 받아 2억 정도하는 방 3칸짜리 오래된 빌라라도 사볼까 하시는 분이셨다.

마침 전용 23평에 지분이 27평이나 하는 2억1천 만원하는 2004년산 1층 빌라가 있어 추천을 하였더니 그건 싫다 하신다. 2~3층으로 구해 달라고...

공동 중개 목록을 뒤지는 사이 사모님이 한마디 푸념을 하신다. 사장님이 중장기 임대업을 하시는데 건설 경기가 죽어 다 털어 먹고 이렇게 세 식구 남의 집에 얹히어 사는 데, 딸은 출가 했고 이제 아들만 독립을 시키면 되니 그리 크지는 않아도 되니 가격만 맞는 것으로 구해달란다.

마침 7호선 장승배기역에서 도보로 7분 정도 걸리는 곳에 2억 2천 만원하는 1년 된 빌라가 나왔는데, 아주 맘에 들어 하셨다.

이것으로 끝이면 좋았을 터...

누구 명의로? 아들 명의로...
그럼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자금을 써야겠네요? 그럴려고요.
그럼 아들 결혼하면 사모님하고 사장님은 어떻게 하죠? ...

같이 사실 수 있으세요? ...

제 생각으로는 전세 보증금 7천 만원을 여기다 다 써버리면 자제 분께서 결혼하시면 같이 사는 수밖에 없는 데, 아들이 결혼하기 전까지 아예 사모님하고 사장님이 거할 작은 집에서 부대끼며 살던가 아니면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등 세제 혜택이 지금이 제일 좋을 때니 아예 큰 집을 사서 같이 사시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가셔서 사장님이랑, 자제 분이랑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 하나님 아버지! 이게 무슨...

더 서쪽으로 기운 햇살에 눈이 더 부시었다.